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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그릇과 귀대접
    2025-08-10 06:33:18
    관리자
    조회수   9

    "말그릇과 귀대접" (이경태 목사 칼럼)

     대부분의 오해는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오해가 두려워 대화를 피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말그릇이 필요합니다. 조리 있게, 맵시 있게 말을 예쁜 그릇에 담는 겁니다. 하지만 오해를 피하려면 남을 배려하는 말그릇 보다 더 중요한 그릇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오해 없이 들을 수 있는 넓은 귀대접입니다.
      한국에 방문하여 25년 만에 교회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장로가 되었고 저는 목사가 되었습니다. 한 참 대화중에 갑자기 “그렇게 자기중심적이고 말을 함부로 하던 네가, 지금은 품위 있고 배려 깊은 목사가 되었냐?”며 정말 놀라워합니다. 순간, 제 삶을 통해 하나님께서 높임을 받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과거 제 모습이 얼마나 엉망이었길래 그런 말을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30여 년 전, 치앙마이로 함께 단기선교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VBS 사역을 마치고, 하수구 도랑을 파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저와 친구, 선생님 한 분이 함께 삽질을 시작했는데, 제가 파놓은 모양이 엉망이었나 봅니다. 선생님께서 삽을 빼앗더니 군대에서 했던 삽질로 너무 반듯하게 멋있고 보기 좋게 작업을 마치셨습니다. 땀을 닦으며 “작업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저는 “일 한 티 내려고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게 와전이 된 겁니다. 말끝이 조금 올라가면서 “왜요? 그렇게 일 한 티내고 싶으셨어요?”라는 비꼼으로 전달된 겁니다. 하지만 제 의도는 끝을 낮춰서 ‘일한 티 좀 내보려고 여기저기 후벼팠다.’는 의미였습니다. VBS후 피곤하기도 했고 당시엔 굳이 해명할 필요도 못 느꼈기 때문에 그냥 넘겼는데, 친구는 30년이 지나도록 그 한마디로 제 인격 전체를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말이란 게 참 그렇습니다. 조금 더 정확한 단어와 설명을 덧붙이고 톤 조절을 하면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급한 마음에 말이 짧아지고 톤이 올라가면 오해가 싹틉니다. 말그릇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말이 문맥이나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다르게 내 귀에 잘못 접수될 수도 있다는 것 역시 생각해야 합니다. 섣불리 오해하지 말고 잠시 멈춰 분명히 들은 말이지만, 중심을 재해석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목사님은 종종 “내가 말 안 했어?”라고 하십니다. 이 말을 “말해 줬는데 왜 그대로 안 했어?”라는 핀잔으로 듣고 상처받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그분의 진심은 “어? 말 안 해줬구나, (미안해)”임을 저는 압니다. 말을 품위 있게 전하는 ‘말그릇’도 중요하지만 말을 따뜻하게 듣는 ‘귀대접’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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